과거, 캠퍼스에서 화구통 혹은 도면통을 매고 다니는 여학생에 대해
로망 또는 '환상'을 갖고 있는 남학생들이 많았다지만,
세월이 지나도, 가끔 길을 가다가 화구통을 매고 다니는 학생을 마주치게 되면
'미대생인가'하고 흘깃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음악은 해당 악기만 있으면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술은 붓, 물감, 팔레트, 이젤, 화구통까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다보니
비전공자들은, 단순히 셋팅되어 있는 미술도구만으로도 묘한 예술의 Aura를 느끼게 된다.

싱그러운 멜로디와 함께 시작되는 이 음악의 뮤직비디오는
이런 '미대생에 대한 환상'을 넘어서 '미대생의 환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순진한(?) 남자 미대생이 아름다운 여자 누드 모델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Fantasy에 빠진다는 흥미로운 스토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A-ha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에서 쓰였던 기법으로
환상의 끝을 표현해낸 점은, 신의 한 수였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인종차별의 냄새가 약간 나기는 하지만,
그림보다 여자모델에 집중하던 남학생이 선생님께 혼나자, 민망해서 입술을 오므리는 장면과,
쉬는시간에 Breakbot이 물을 마시며 그의 동료와 함께 여자모델에게 치근덕거리는 모습,
그리고 그저 멀리서 이들을 지켜보며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는
주인공의 안타까운 표정이 이 뮤직비디오의 웃음 포인트.

최근 Breakbot의 첫 정규 앨범이 발매되었는데,
역시 뮤직비디오의 센스나 음악의 완성도를 모두 고려한다면 Fantasy만한 곡이 없지 싶다.




'Move my bo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Moullinex - Lover In Me  (0) 2012.11.12
Van She - We Move On  (0) 2012.10.26
Strange Talk - Cast Away (Plastic Plates Remix)  (4) 2012.10.15
Skrillex - Bangarang (Feat. Sirah)  (0) 2012.10.09
Emeron & Fox - Nightmares (Monitor 66 Remix)  (0) 2012.10.04
Posted by hm______
: